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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학

철학자들의 음악 논쟁: 칸트 VS 쇼펜하우어·니체·아도르노

by World-Wish1-Music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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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단순한 소리일까, 아니면 세계의 본질을 담은 예술일까? 칸트부터 니체까지, 철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음악의 깊이를 탐구해 보세요.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아도르노가 토론하고 있는 모습의 이미지

 

 

음악은 단순한 감각적 쾌락일까, 아니면 인간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예술일까? 이 질문은 단지 미학의 문제가 아니다. 음악을 바라보는 철학자들의 관점은 그 시대의 인간 이해, 사회 구조, 예술관을 반영한다. 특히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아도르노는 음악에 대해 서로 다른 철학적 입장을 펼쳤다. 칸트는 음악을 ‘낮은 예술’로 분류했지만, 후대 철학자들은 이 견해를 강하게 비판하거나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시한 것이다. 이 글은 음악에 대한 철학적 평가를 통해, 음악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 칸트의 음악관: 감각적 쾌락의 예술

임마누엘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음악을 가장 낮은 형태의 예술로 간주하였다. 그의 예술 분류는 ‘형식적 목적성’이라는 기준을 따른다. 다시 말해, 예술은 감각적 쾌락을 줄 뿐만 아니라, 이성적 판단과 일치하는 형식적 아름다움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각예술과 건축, 조각, 회화 같은 ‘형상이 있는 예술’을 높은 예술로 평가했으며, 문학이나 연극도 이성과 도덕적 판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고귀하다고 보았다. 반면 음악은 공간적 형상 없이 시간 속에서 사라지는 소리이며, 개념을 직접 전달하지 못하는 예술로 간주한다. 음악은 단지 감각을 즐겁게 하는 데 머물 뿐, 이성적 사유를 유도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2. 쇼펜하우어의 반론: 음악은 의지의 표현

칸트의 음악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철학적 반론은 쇼펜하우어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음악을 가장 고차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예술로 평가한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세계의 본질은 '의지'이며, 이는 인간의 욕망과 충동, 본능의 근원이다. 대부분의 예술은 이 의지가 만들어낸 세계, 즉 현상계를 모사할 뿐이다. 그러나 음악은 예외다. 음악은 의지를 모사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의지를 직접 표현한다. 그래서 그는 “음악은 세계의 복사판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장조와 단조의 변화는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의 구조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리듬은 인간의 심장 박동과 생명의 흐름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에게 음악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순수하게 드러내는 예술이다. 그는 음악이 개념을 초월하는 영역에 속하며, 이성보다 깊은 차원의 진리를 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3. 니체의 시각: 디오니소스의 음악, 삶의 긍정

니체는 칸트와 쇼펜하우어를 모두 비판하면서도, 음악의 철학적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하였다. 『비극의 탄생』에서 그는 예술을 아폴론적(형식·이성) 예술과 디오니소스적(열정·무질서) 예술로 구분한다. 음악은 후자에 속한다. 그에게 음악은 이성이나 윤리를 뛰어넘어, 인간의 본능적 생명력과 카오스를 상징한다. 니체는 음악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억눌린 감정과 본능을 해방할 수 있으며, 삶의 고통마저도 긍정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그는 바그너의 음악에서 그러한 디오니소스적 힘을 발견했다. 음악은 파괴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이지만, 그 속에서 인간은 새로운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니체에게 음악은 ‘형이상학적 위안’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의 고백’인 것이다. 그는 쇼펜하우어처럼 음악을 형이상학의 언어로 보지 않았으며, 오히려 음악이 주는 감정과 충동의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존재의 방식을 제시하려 하였다.

 

4. 아도르노의 관점: 음악은 사회 비판의 무기

20세기의 비판이론가 아도르노는 음악을 단순한 예술이 아닌, 사회적 행위로 간주하였다. 그는 음악을 통해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와 문화 산업의 획일성을 비판하고자 했다. 아도르노는 음악이 자율성과 형식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단순히 감각적 쾌락을 제공하는 상업 음악은 인간을 수동적인 소비자로 만들며, 음악 본연의 비판적 힘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반면, 쇤베르크나 베토벤 같은 작곡가는 불협화음과 복잡한 구조를 통해 기존 질서에 저항하며, 음악을 통해 현실의 모순을 드러냈다고 해석하였다. 그에게 음악은 단지 미적인 대상이 아니라,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저항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였던 것이다. 즉, 예술은 무기처럼 쓰일 수 있으며, 그 무기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감각을 넘은 음악의 철학

칸트는 음악을 가장 낮은 예술로 치부했지만, 쇼펜하우어는 그것을 세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형이상학적 도구로, 니체는 삶의 힘을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적 상징으로, 아도르노는 사회에 저항하는 비판적 언어로 보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관점은 음악이라는 예술이 단순한 감각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음악은 공간이 아닌 시간에 존재하는 예술기 때문에 사라지는 듯하지만, 가장 깊은 감정과 세계관을 담아낸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음악에도 이러한 철학적 의미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감각을 넘어선 그 너머를 바라볼 때, 음악은 또 하나의 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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