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학

음악은 어떻게 감정을 정화할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각으로 본 카타르시스

by World-Wish1-Music 2025. 5. 18.
반응형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이론을 통해 음악이 인간 감정에 어떤 정화 작용을 하는지 탐구합니다. 고대 철학과 현대 음악치료가 만나는 지점을 심도 있게 분석한 글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개념

카타르시스(κάθαρσις, katharsis)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Poetica)에서 비극의 목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핵심 개념이다. 그는 비극이 공포(φόβος)와 연민(ἔλεος)의 감정을 유발하여, 이를 통해 관객이 정화(cleansing 또는 purgation)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배출이 아니라, 정서의 조율 혹은 정신적 균형 회복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카타르시스와 음악: 아리스토텔레스의 언급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Politics, Book VIII)에서 음악이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며, 다음과 같은 관점을 제시했다.

  1. 음악은 감정을 모방한다: 음악은 분노, 온화함, 용기, 절제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청중의 감정을 자극한다.
  2. 감정의 해소(정화): 그는 어떤 사람들은 '열광적인 음악'을 들음으로써 일종의 정화(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플루트나 디오니소스적 음악(감정의 격정을 유도하는 음악)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3. 치유와 교육적 역할: 음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감정의 균형과 성격 함양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이 정서의 교육적, 심리적 치료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카타르시스와 음악의 관계: 현대적 해석

1. 감정 해소로서의 음악

현대 심리학과 음악치료에서도 음악은 감정을 해소하고 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듣는 이유는, 공감과 감정의 표출을 통해 내면을 정화하려는 무의식적 행동이라는 해석이 있다.
  • 음악치료에서는 격한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 음악을 사용하며, 이는 감정의 구조화된 표출을 가능하게 한다.

2. 공연 예술과 카타르시스

콘서트, 오페라, 오라토리오, 교향곡 같은 공연 예술은 감정의 고조와 해소를 의도적으로 설계한다. 작곡가는 음악 구조를 통해 청중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해결(해소)을 제공함으로써 의도된 카타르시스를 유도한다.

예시:

  • 베토벤 교향곡 5번: 어두운 시작(운명) → 밝은 결말(해방)
  • 말러의 교향곡: 생과 죽음, 구원, 초월 등의 감정 곡선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음악 이론에서의 카타르시스

1. 중세~르네상스

  • 음악은 조화(cosmic harmony)의 표현으로 여겨졌으며, 인간의 감정 조절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 종교 음악은 영적 정화(spiritual catharsis)의 수단으로 작용했다.

2. 낭만주의 시대

  • 감정의 격정적 표현을 강조한 낭만주의 음악은 카타르시스를 핵심 감상 요소로 삼는다.
  • 쇼팽, 리스트, 바그너 등의 작품은 내면 감정의 폭발과 정화를 유도한다.

3. 현대 음악치료

  • 음악은 PTSD, 불안, 우울증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이 현대에 심리치료적 개입 이론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결론: 음악을 통한 현대인의 카타르시스

오늘날 우리는 플레이리스트 하나로 감정을 조절하고,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그는 이미 2,400여 년 전, 음악이 인간 내면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다고 보았다. 음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인간 감정과 정신의 균형을 잡아주는 정화의 도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는 이 음악적 경험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한 최초의 시도 중 하나였으며, 오늘날 음악심리학과 음악치료에서 여전히 그 의미를 발하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