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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학

예악사상과 에토스론의 비교 분석: 음악 속 동서양 철학의 만남

by World-Wish1-Music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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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예악사상과 서양의 에토스론을 비교하며, 실제 음악 예시를 통해 철학과 음악의 만남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나열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과 도덕, 사회 질서를 반영하며 때로는 이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기능해 왔다. 동양에서는 ‘예악사상(禮樂思想)’으로, 서양에서는 ‘에토스론(Ethos theory)’으로 대표되는 두 사상은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성찰해 온 철학적 전통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두 사상을 비교하며, 각 사상과 연결되는 실제 음악 예시를 통해 그 깊이를 더해보고자 한다.

 

공자와 플라톤

 

 

1. 예악사상이란 무엇인가?

예악사상은 고대 중국의 유교 사상에서 기원한다. 예(禮)는 사회적 규범과 외면의 질서를, 악(樂)은 인간의 감정과 내면의 조화를 의미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예로써 절제하고, 음악으로써 감정을 조화롭게 한다(克己復禮為仁)"고 하며, 예와 악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공자는 음악이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무작정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특히 이상적인 군주는 예와 악을 조화롭게 다루어 백성의 풍속을 교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 실제 예악사상과 관련 있는 음악 예시:

  • ≪고구려의 악가무≫: 고대 삼국 시대 궁중이나 제례에서 사용된 아악(雅樂) 계통의 음악은 예악사상의 실현 형태였다.
  • ≪종묘제례악≫: 조선시대 왕실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연주한 음악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음악이 의례와 감정을 동시에 다스리는 예악의 실례이다.
  • ≪문묘제례악≫: 공자를 기리는 제사에서 연주되는 음악으로, 유교의 도덕적 정신을 음악으로 실현한 대표적 사례이다.

🎧 추천 감상: 국립국악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종묘제례악 전곡 감상이 가능하다.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리듬 속에서 유교적 조화와 질서를 느낄 수 있다.

 

 

2. 에토스론이란 무엇인가?

에토스론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전한 이론으로, 음악이 인간의 감정과 도덕성,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의 수학적 비율이 인간 정신에 질서를 부여한다고 했고,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음악의 선법이 인간의 성격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플라톤은 “국가의 법을 바꾸기 전에 먼저 그 나라의 음악을 바꿔야 한다”라고 했을 정도로 음악의 정치·윤리적 기능을 중요하게 보았다. 각 선법(Mode)은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여겨졌으며, 이를 통해 이상적인 시민을 양성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 고대 에토스론의 대표적 음악 예시:

  • ≪도리아 선법의 음악≫: 절제, 용기, 냉정함을 유발한다고 여겨졌으며 플라톤은 이를 교육하는 음악으로 추천하였다.
  • ≪프리지아 선법의 음악≫: 격정과 열정을 불러일으켜 전쟁 전의 군사 훈련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 ≪리디아 선법≫: 부드럽고 감성적이며, 때로는 나약함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교육적 용도에선 배제되었다.

🎧 현대적 선법 체험: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나 그레고리안 성가를 감상해 보면 도리아/리디아/프리지아 모드의 느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실제 고대 음악은 남아있지 않지만, 이 모드들을 현대 클래식에서 재현한 작품들이 많다.

 

3. 예악사상 vs 에토스론 핵심 비교

항목 예악사상 에토스론
기원 고대 중국 유가 철학 고대 그리스 철학
주요 개념 예(질서) + 악(감정 조화) 선법에 따른 감정/성격 변화
작용 대상 사회 전체의 질서와 조화 개인의 감정, 도덕성, 성향
음악의 역할 의례와 예절의 구현, 감정 통제 감정 유발, 성격 형성, 도덕 교육
음악 예시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고대 궁중음악 도리아·프리지아·리디아 선법 기반 음악
이처럼 예악사상은 집단적 조화와 윤리 실천에, 에토스론은 개인의 감정과 성격 형성에 무게를 둔다.
 
 

4. 현대에서의 적용 사례

  • 학교 교육: 한국의 도덕·인성교육, 국악교육은 예악사상의 현대적 계승이라 할 수 있다.
  • 음악치료: 서양의 음악치료는 에토스론의 심리적 기초 위에서 발전하였다. 우울증, 불안, 분노 조절 등에 활용된다.
  • 광고/영화음악: 특정 감정을 유도하는 선법적 접근은 광고나 영화에서 매우 흔하다. 예: 긴장을 유발하는 음계, 감동을 유도하는 장조음 등.

📺 영화음악 속 에토스론 예시:

  • ≪인터스텔라≫ (한스 짐머): 파이프 오르간의 중후한 음향은 인간 존재의 깊이와 인간의 본질을 사유하게 만든다.
  • ≪라이온 킹≫ (한스 짐머): 도리아·리디아적 요소가 섞인 테마는 희망과 감동을 동시에 자아낸다.
  • ≪조커≫ (힐더 구드나도티르): 프리지아적 불협화음을 활용해 광기의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철학과 음악의 교차점에서 삶을 보다

예악사상과 에토스론은 문화적 배경은 달라도, 음악을 통한 인간 완성과 사회 건설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음악을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닌, 삶을 성찰하고 사회를 이해하는 철학적 도구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제 음악을 들을 때,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서 "이 음악은 나의 감정과 인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 음악은 사회적 조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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