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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학

《카풀렛티와 몬테끼가》로 다시 만나는 로미오와 줄리엣 – 벨리니 오페라 속 사랑과 비극

by World-Wish1-Music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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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과 사랑이 교차하는 벨리니 오페라 《카풀렛티와 몬테끼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절한 선율 속으로 빠져보세요.

 

 

벨리니 오페라 카풀렛티와 몬테끼가

 

 

셰익스피어, 이탈리아 오페라로 다시 태어나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세기 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대표적인 비극이다. 그중에서도 1830년,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는 이 비극을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그의 오페라 《카풀렛티와 몬테끼가(I Capuleti e i Montecchi)》는 단순한 각색을 넘어, 음악과 드라마, 그리고 낭만주의적 감수성이 결합된 또 하나의 고전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탈리아 전승과 루이지 스체볼라(Luigi Scevola)의 희곡에 기반해 보다 독창적인 해석을 보여준다.

 

1. 오페라의 배경과 줄거리 요약

《카풀렛티와 몬테끼가》는 13세기 베로나를 배경으로, 서로 적대적인 두 파벌 **카풀렛티**와 **몬테끼가**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다. 카풀렛티의 수장 카펠리오는 딸 줄리엣타를 정략적으로 테발도와 결혼시키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몬테끼의 지도자 로메오와 사랑에 빠져 있다. 로메오는 평화를 원하며 줄리엣타와의 결혼을 제안하지만, 카펠리오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줄리엣타는 가족의 뜻과 자신의 사랑 사이에서 고뇌한다. 로메오와의 비밀 만남 이후, 그녀는 도망을 결심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줄리엣타는 독약을 복용해 죽은 척하지만, 로메오는 이를 몰라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진짜 독약을 마신다. 줄리엣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로메오가 죽어가고 있었고, 둘은 서로의 품에서 마지막을 맞는다. 이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극적 사건들이 고조되는 구성을 통해 사랑과 죽음의 교차를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nn5Q5f0wc

Opera completa "I Capuleti e i Montecchi", Bellini, Opéra Royal de Wallonie Liege, 2024, FullHD

 

2. 로미오 역할의 음악적 특징 – 메조소프라노의 바지 역할

이 오페라에서 주목할 점 중 하나는 남자 주인공 로메오가 메조소프라노의 바지 역할이라는 점이다. 이는 당시 벨칸토 오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여성 성악가가 남장을 하고 남자 역할을 맡는다. 로메오의 내면적 고뇌와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메조소프라노의 풍부한 음색이 오히려 섬세한 울림을 준다. 특히 줄리엣타와의 듀엣 장면에서 두 여성 성악가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긴장감과 조화는 벨리니 특유의 서정성과 맞물려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킨다.

 

3. 대표 아리아와 벨칸토 스타일

벨리니는 벨칸토(bel canto)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로, 이 작품에서도 그 특유의 유려하고 감성적인 선율이 돋보인다. 가장 유명한 아리아 중 하나인 줄리엣타의 **‘Oh! quante volte’(오! 몇 번인가 눈물에 젖어)**는 그녀의 고뇌와 그리움을 절절하게 전달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아리아는 단순한 선율 위에 반복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줄리엣타의 감정을 함께 따라가게 만든다. 벨리니는 음악을 통해 감정을 ‘노래’가 아닌 ‘숨결’처럼 표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hdCy1caivw

Rosa Feola performs "Oh! Quante volte" in Bellini's I Capuleti e i Montecchi

 

4. 셰익스피어와의 차이점: 이탈리아적 재해석

벨리니의 《카풀렛티와 몬테끼가》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유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나,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원작보다 더욱 집중된 시간 구성이다. 벨리니의 오페라는 이야기를 하루 안팎의 짧은 시간에 압축시켜 극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또한, 줄리엣타의 내면 묘사가 강화되어 그녀의 고뇌와 희생이 더욱 중심적으로 다뤄진다. 셰익스피어가 다소 객관적으로 묘사했던 인물들이, 벨리니의 음악에서는 심리적으로 훨씬 섬세하게 다가온다.

 

5. 사랑, 증오, 그리고 운명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사랑과 증오, 사회 구조, 그리고 개인의 운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두 연인의 순수한 사랑은 가족의 명예와 정치적 갈등이라는 현실 앞에서 비극으로 끝난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랑은 과연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벨리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통해 ‘사랑이 증오를 이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음악으로 그 답을 유보한 채 청중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벨리니의 음악으로 다시 들여다본 고전의 본질

《카풀렛티와 몬테끼가》는 단순한 문학의 재현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다시 해석된 비극의 본질이다. 벨리니의 오페라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음악적으로 확장시키며, 감정의 깊이와 인물의 내면을 새롭게 조명한다. 특히 벨칸토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과 아리아, 그리고 남장 여성이 연기하는 로메오의 독특한 감성이 더해지면서, 고전의 비극은 한층 더 감성적으로 변주된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감동받는 이유 중 하나다.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카풀렛티와 몬테끼가》는 충분히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새롭게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매혹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jCGpow8sQU

Bellini: I Capuleti e i Montecchi - "Oh! quante volte" - Lisette Orop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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