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위에 내려앉은 봄 — 라 캄파넬라와 5월의 대화

 

 

5월의 감성과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가 만나다. 봄의 섬세한 정서와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지는 감성적인 음악 에세이.

 

 

별 빛 가득한 봄의 밤하늘

 

 

 

5월의 어느 아침.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방 안 공기를 부드럽게 데우고,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피아노 뚜껑을 가볍게 흔든다. 건반 위에 내려앉은 햇살은 마치 음표처럼 반짝이고, 그 순간 귓가에 맴도는 선율. 프란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다. 그 이름처럼 ‘작은 종’을 뜻하는 이 곡은, 봄날 아침의 공기처럼 가볍고도 섬세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리스트만의 열정, 기교, 그리고 내면 깊은 감정의 파동이 숨 쉬고 있다. 오늘은 이 곡과 함께 5월의 시작과 끝자락을 감상해보려 한다.

 

 

1. 라 캄파넬라는 어디서 왔을까?

『라 캄파넬라』는 리스트(Franz Liszt)가 작곡한 곡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이다. 이 곡은 원래 바이올린의 마술사라 불리던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을 바탕으로 편곡한 곡으로, 리스트는 여기에 피아노적 기교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변주를 더했다. 작은 종을 뜻하는 제목 그대로, 이 곡의 테마는 고음의 반복적인 ‘종소리’다. 하지만 단순한 장식음에 그치지 않고, 리스트는 이 작은 소리를 통해 듣는 이의 감정을 점점 고조시키며, 마침내 피아노 한 대만으로도 오케스트라처럼 풍부한 감정을 쏟아낸다. 특히 오른손의 도약, 손가락 간격을 넘나드는 고속 트릴, 섬세한 페달링은 이 곡을 단순한 ‘예쁜 곡’으로 듣기엔 아쉬울 정도로, 고도로 정교한 음악적 언어로 가득 차 있다.

 

 

2. 5월과 라 캄파넬라, 닮은 두 존재

5월은 계절의 전환점이다. 완연한 봄이 절정에 다다랐고, 초여름의 기운이 살짝 밀려온다. 따뜻함과 설렘,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시기. 라 캄파넬라도 그렇다. 처음 들으면 반짝이는 유리알처럼 맑고 사랑스러운 곡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듣다 보면 곳곳에 깔린 긴장감과 음울한 그림자가 느껴진다. 특히 곡이 진행되면서 반복되는 테마는 점점 속도를 높이며, 가벼웠던 종소리는 어느 순간 강렬한 감정의 외침으로 바뀐다. 마치 5월의 어느 날, 햇살 아래 웃고 있다가도 이유 없이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순간처럼, 라 캄파넬라는 그런 이중적인 감정의 결을 품고 있다.

 

■ 봄 햇살 아래 피는 설렘 = 고음의 종소리
■ 해 질 녘의 쓸쓸함 = 저음부의 긴장과 불협화음
■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의 고조 = 곡 후반의 격렬한 도약

 

이처럼 곡은 하나의 감정이 아닌, 계절처럼 변화하는 정서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곡은 5월에 듣기 좋은 음악이다. 설렘, 불안, 기대, 그리고 그리움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3. 라 캄파넬라의 감상법 – 한 음, 한 계절처럼

『라 캄파넬라』는 한 번에 모든 걸 이해하려 하기보다, 마치 산책하듯, 천천히 음의 결을 느끼며 들어야 하는 곡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감상해 보면 더 깊게 다가올 것이다.

1. 🎧 첫 감상은 눈을 감고 – 햇살이 비치는 방 안에서 편안히 앉아, 무심히 흘려보듯 곡을 들어보자. 선율이 마음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느껴보면 좋다.
2. 🎼 두 번째 감상은 구조를 따라가며 – 라 캄파넬라는 테마가 반복되며 점점 화려해지는 곡이다. 어떤 식으로 테마가 변형되는지, 기교가 어떻게 감정을 고조시키는지 느껴보자.
3. ☕ 세 번째 감상은 일상과 함께 – 창문을 열고 봄바람과 함께 이 곡을 들어보자. 5월의 풍경이 이 선율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놀랄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qiJcXAuOMNU

Yundi Li - "La Campanella"

 

https://www.youtube.com/watch?v=0FbQZCsYXVg

Evgeny Kissin - La Campanella (Liszt)

 

 

https://www.youtube.com/watch?v=kkq_3CrvFUM

Dmitry Shishkin plays Liszt "La Campanella"

 

 

4. 리스트와의 조용한 대화

리스트는 단순히 화려한 곡을 쓴 작곡가가 아니다. 그는 감정의 모서리, 영혼의 그림자를 음악에 담아낸 시인이었다. 라 캄파넬라는 그가 단순한 곡조 너머로 전하고자 했던 내면의 떨림, 슬픔, 아름다움의 결정체이다. 5월이라는 계절에 이 곡을 꺼내 듣는 일은, 어쩌면 리스트와 아주 조용한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그는 건반으로 말을 걸고, 우리는 마음으로 대답한다.

 

 

🕊️ 오늘 하루, 짧은 시간이더라도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와 함께 해보세요. 피아노 위에 내려앉은 봄이, 여러분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CsKZmUcQOzg

N.Paganini, La Campanella - Vn.Clara Jumi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