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시대에 가곡을 노래하다: 토스티의 위대한 선택과 유산

 

 

 

이탈리아 가곡의 거장 토스티(Francesco Paolo Tosti)의 생애와 대표 가곡을 소개합니다. 감미로운 선율과 서정의 미학을 만나보세요.

 

 

토스티 초상화(캡쳐)

 

 

 

Francesco Paolo Tosti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 이탈리아 가곡(Lied)의 대중화와 예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린 작곡가이다. 오페라 중심의 이탈리아 음악계에서 드물게 가곡이라는 장르에 일생을 바쳤으며, 그의 음악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성악가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레퍼토리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토스티의 생애와 작품 세계, 그리고 그의 대표 가곡들이 가진 음악적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 토스티의 생애: 음악으로 세계를 잇다

Francesco Paolo Tosti(1846–1916)는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 주의 작은 해안 도시 오르토나에서 태어났다. 음악가 집안 출신은 아니었으나,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과 작곡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고, 곧 나폴리 산 피에트로 아 마이에야 왕립음악원에서 정식 음악 교육을 받으며 전문 음악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의 경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과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는 점이다. 당시 대부분의 작곡가가 오페라 창작에 몰두할 때, 토스티는 가곡, 특히 살롱송과 예술가곡에 집중했다. 이는 그의 음악적 정체성을 독특하게 만든 결정적 요소다. 1875년, 그는 영국 런던으로 이주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빅토리아 여왕, 에드워드 7세, 조지 5세 등 영국 왕실의 음악교사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았고, 영국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 교수로도 오랜 기간 재직하였다. 1906년에는 영국 시민권을 얻었고, 1908년에는 KCVO(Knight Commander of the Royal Victorian Order) 작위를 받는 등 국제적으로도 명망을 떨쳤다.

 

 

토스티의 음악 세계: 감성적 선율과 시적 정서의 결합

토스티는 생애 동안 약 350여 곡의 가곡을 남겼다. 이들 작품은 이탈리아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영어로도 작곡되었으며, 언어의 리듬과 정서를 음악적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음악적 특징

• 자연스럽고 성악적인 멜로디: 노래하기에 편안하면서도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선율.
• 서정성과 감상성: 낭만주의적 센티멘탈리즘이 지배적이며, 때로는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감정을 자아낸다.
• 가사와 선율의 이상적 결합: 그는 가사의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멜로디를 설계할 때 시적 구조를 매우 중요시했다.
• 형식의 자유로움과 살롱 음악 특유의 대중성도 토스티 가곡의 매력 중 하나다.

또한, 일부 작품에서는 이탈리아 민요나 나폴리 민요 등의 민속 요소가 반영되어 지역색이 풍부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오페라를 전혀 작곡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오페라 가수들이 그의 가곡을 애창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의 곡이 지닌 성악적 가치와 표현력의 깊이를 방증한다.

 

 

토스티의 대표 가곡: 가장 널리 사랑받는 레퍼토리

토스티의 가곡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성악가들의 무대에서 자주 연주된다. 다음은 그의 대표작 중 특히 자주 연주되는 곡들이다:

곡명	번역	정서
Ideale	이상	이상과 사랑에 대한 열망
Aprile	4월	봄의 생동감과 감성
Sogno	꿈	꿈속 사랑의 환상
Non t’amo più	이젠 너를 사랑하지 않으리!	이별과 단호한 감정
La Serenata	세레나데	연인을 향한 저녁 인사
L’ultima Canzone	최후의 노래	슬픔과 체념
A Vucchella	작은 꽃다발	나폴리풍의 사랑 노래
Marechiare	마레키아레	나폴리 해안의 정취
L’alba separa dalla luce l’ombra	새벽은 빛으로부터	삶과 죽음, 이별의 시적 표현
Addio!	안녕히	이별 인사의 서정미

 

그 외에도 〈Pour un baiser〉(입맞춤을 위하여), 〈Malia〉(매혹), 〈Chanson de l’adieu〉(이별의 노래) 등은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서 사랑받는 레퍼토리다.

 

https://www.youtube.com/watch?v=R4KYg8RHPLY

루치아노 파바로티 - Ideale(이상)

 

https://www.youtube.com/watch?v=DUTp2b-k2gU

박기훈 - Sogno((꿈)

 

https://www.youtube.com/watch?v=QfXJMqS-RB0

호세 까레라스 - La Serenata(세레나데)

 

https://www.youtube.com/watch?v=HTJO2c3v690

호세 까레라스 - L’ultima Canzone(최후의 노래)

 

 

🎖️ 토스티의 음악적 유산: 이탈리아 가곡의 세계화

토스티는 이탈리아의 전통 가곡을 단순한 민요나 대중가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적 깊이를 갖춘 정통 장르로 끌어올린 작곡가로 평가된다. 그의 음악은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의 감성을 품은 동시에, 대중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그는 성악 교육자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전설적인 테너 에나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소프라노 멜바, 테트라치니 등이 그의 지도를 받았으며, 그들은 토스티의 곡을 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렸다.

 

 

마무리: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서정의 멜로디

Francesco Paolo Tosti는 단순한 작곡가가 아닌, 가곡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확장시킨 선구자였다. 그의 음악은 시와 선율이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 감정의 섬세한 결을 그려낸다. 그래서일까. 그의 곡은 오늘날에도 클래식 성악가뿐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탈리아 가곡을 사랑한다면, 토스티의 작품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보석이다.